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우에노 치즈코
1994
이론의 힘이란 그런 것이다.
가사노동이란 개념이 성립되어 유포되기 이전에는 '가사'가 '노동'이라고 간주되지 않았다.
가사와 육아에 쫓기는 전업주부인 여성은 비록 피곤한 나날을 보내고 있더라도 세 끼 밥먹고 낮잠 자는 신분이라고 야유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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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모성'이, 그것에 상징적인 가치를 부여하여 떠받드는 것을 통해서 여성의 노동을 착취해 온
이데올로기 장치였다는 사실은 페미니스트의 '모성 이데올로기'비판을 통해 서서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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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집안에서 하고 있는 활동이 어떤 이데올로기적 수사로 표현된다 할지라도,
여성은분명히 자신이 직접 하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대행시킬 수 밖에 없는 '노동'을 하고 있다.
주부는 단지 그것을 '사랑'이란 이름 아래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가부장제를 물질적 기반을 갖춘 남성 사이의 계층제도적 관계와 남성으로 하여금
여성의 지배를 가능하게 하려는 남성들 사이의 결론이 존재하는 일련의 사회관계라고 정의한다.
가부장제의 물질적 기초란, 남성에 의한 여성 노동력의 지배를 뜻한다.
이 지배는 여성이 경제적으로 필요한 생산자원에 다가가는 것을 배제함으로써, 그리고 여성의 성적 기능을 통제함으로써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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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 이후는 동시에 여성의 직장 진출이 이루어진 시기이기도 했다.
단 이 노동시장은 '가정에 책임이 없는' 여성에게만 열려 있었다.
"일이냐 가정이냐"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양자택일의 물음은 이 시기 이후에 성립한다.
요컨대 이 시기에 '결혼할 때까지는 일한다'는 미혼 여성 고용노동의 상식이 성립하기 시작한다.
'(가정 밖의)일'이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곳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여성은 결혼에 임하여 비로소 "일(의 계속)이냐 가정(에 들어갈 것)이냐"를 선택해야 한다.
일이냐 가족이냐라는 선택이 가부장제적인 가족제도를 동요시키지는 않는다.
미혼이든 비혼이든 상관없이 가정에 대한 책임이 없는 여성노동자는 남성처럼 독신자로 취급된다.
결혼과 동시에 여성은 영역을 이동하는데 불과하다.
이 규범을 내면화한 여성은 직장에서 정평이 난 유능한 직장여성이었다고 해도 결혼에 임해서는 주저없이 퇴직하여
가사에 전념하기를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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